2025~2026년은 미중 기술 투자 규제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뀐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메타가 완료한 인수를 4개월 만에 중국 당국이 강제 취소했고, 미국 최고 VC 중 하나인 Benchmark Capital은 AI 스타트업 한 곳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재무부 조사를 받았다. 중국 기업이 CFIUS 매각 명령을 무시하자 DOJ가 사상 처음으로 연방법원 소송을 냈다. 이 세 사건은 개별 해프닝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규제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2025~2026 규제 대폭발: 무엇이 새로 생겼나
이 시기 이전까지 미중 기술 거래의 주요 게이트키퍼는 사실상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하나였다.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할 때 안보 심사를 받는 구조로, 미국의 방어적 도구였다. 그런데 2025년부터 공격 방향이 바뀌었다. 미국 자본이 중국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새로운 체계가 생겨났다.
**아웃바운드 투자 안보 프로그램(OISP)**은 2025년 1월 시행됐다. 핵심은 단순하다. 미국 투자자가 AI·반도체·양자컴퓨팅 분야 중국 기업에 자본을 넣을 때 재무부에 신고하거나 특정 유형은 아예 금지한다. 종전에는 “어떤 기술을 중국에 파느냐”가 규제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누구에게 돈을 주느냐”까지 규제 대상이 됐다.
2025년 12월 18일에는 COINS Act(Comprehensive Outbound Investment National Security Act)가 국방수권법 FY2026에 편입되며 법제화됐다. OISP가 행정명령 기반이었다면 COINS Act는 법률이다. 규제 대상도 넓어져서 고성능컴퓨팅·극초음속 시스템까지 포함됐다. 시행규칙은 재무부가 2027년 3월까지 완료해야 하는 일정이다.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NDRC(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기술수출통제법을 근거로 이미 완료된 외국 기업 인수도 사후에 번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이 부분은 메타-Manus 사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메타-Manus 인수 사태 해부: 완료된 M&A가 뒤집힌 경위
2025년 12월, 메타는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Manus를 약 20억 달러에 인수해 클로징했다. 당시 양국에서 별도의 사전 승인 없이 거래가 완료됐다. 이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2026년 4월 말, 중국 NDRC는 이 거래를 사후 금지하고 철회를 명령했다. 근거는 중국 기술수출통제법 위반이었다. Manus AI가 보유한 핵심 AI 에이전트 기술이 중국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범주에 해당한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었다. 인수 완료 4개월 만의 번복이었다.
이 사건이 선례로서 무서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클로징 = 안전”이라는 통념이 깨졌다는 점이다. 계약을 마무리했고, 자금이 이전됐고, 운영이 통합됐어도 중국 당국의 사후 개입을 막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어떤 기술이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목될지 사전에 확실하게 알 수 없다. NDRC는 공식 해석 가이드라인보다 케이스별 행정 결정을 선호한다.
메타 입장에서는 중국 내 사용자·데이터·운영 인프라를 상당 부분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중국 NDRC 사전 심사를 밟지 않은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 거래 규모와 대상 기업의 중국 내 법인 구조를 감안하면, 사전 신고가 사실상 필수였다.
Benchmark Capital 조사: OISP 첫 실전 사례가 보여준 것
미국 재무부는 2025년 5월, Benchmark Capital이 Manus AI에 단행한 7,500만 달러 투자가 OISP 위반인지 조사에 착수했다. Benchmark는 실리콘밸리에서 손꼽히는 VC로, 이 조사 자체가 업계 전체에 경고 신호가 됐다.
OISP가 신고 의무를 촉발하는 핵심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투자 대상이 AI·반도체·양자 분야 기업일 것. 둘째, 해당 기업이 중국 측과 자본·인력·기술 면에서 실질적인 연계를 가질 것. 셋째, 해당 기술이 군사·안보 응용 가능성을 가질 것. Manus AI는 중국에서 설립되고 중국 팀이 개발을 주도한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세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재무부 조사의 최종 결과는 이 글 작성 시점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세스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소수 지분 투자라도, 공식 파트너십이나 인수가 아니어도, OISP 트리거에 해당하는 기업이라면 신고 의무 대상이 된다. VC·PE 펀드는 딜 소싱 단계부터 포트폴리오 기업의 중국 연계 구조를 체계적으로 스크리닝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CFIUS 최초 사법 강제집행: Suirui·Jupiter Systems 케이스
CFIUS 제도가 1975년 시작된 이래 50년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 2026년 2월 일어났다. 미국 DOJ가 연방법원에 중국 기업 Suirui Group을 상대로 강제집행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경위는 이렇다.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Suirui Group에 대해 미국 기업 Jupiter Systems를 매각하라는 CFIUS 명령서에 서명했다. Jupiter Systems는 CIA·NSA·NASA 등 미국 정보·우주 기관에 시각화 기술을 납품하는 업체다. 중국 기업이 이 공급망에 접근권을 유지하는 것이 안보 위협이라는 판단이었다. Suirui Group은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약 7개월 후 DOJ가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 짚어야 할 것은 Jupiter Systems의 고객 구성이다. 정부 기관 납품 이력이 있는 기업은 CFIUS 심사에서 자동으로 더 높은 강도를 받는다. 단순 상업 기술 기업보다 훨씬 좁은 허용 범위가 적용된다. M&A 딜에서 피인수 기업의 정부 계약 이력은 필수 실사 항목이다.
CFIUS 명령을 어기면 민사 벌금(위반 건당 최대 거래 가치까지)과 형사 책임이 모두 가능하다. 이번 소송은 “CFIUS 명령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명확히 박은 사건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체크리스트: 거래 전 확인할 7가지
아래 항목은 법적 조언이 아니다. 거래 검토 초기에 전문 법무·규제 자문사에 넘기기 전 내부에서 먼저 걸러내야 할 기준선이다.
① 중국 자본·인력 연계 여부 — 대상 기업의 지분구조에 중국 국영기업·정부 연계 펀드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한다. 이사회 구성원 국적, 핵심 R&D 인력의 소속 기관 이력도 점검 대상이다. Manus AI처럼 미국 법인이라도 실질 개발팀이 중국에 있으면 연계가 인정된다.
② 기술 분류 — AI·반도체·양자컴퓨팅에 해당하는지가 OISP/COINS Act 트리거의 첫 번째 관문이다. 극초음속·고성능컴퓨팅은 COINS Act로 추가됐다. 대상 기업이 이 분야 특허를 보유하거나 이 분야 고객을 서비스하면 해당 가능성이 높다.
③ 미국 정부 기관 공급망 포함 여부 — Jupiter Systems 사례처럼 CIA·NSA·국방부 계약 이력이 있으면 CFIUS 심화 심사가 사실상 확정된다. 피인수 기업의 Federal Procurement Data System(FPDS) 이력을 실사 초기에 조회해야 한다.
④ 중국 내 사업 비중·데이터 접근권 — 대상 기업이 중국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처리하거나, 중국 내 서버·법인을 운영하면 NDRC 심사 노출이 생긴다. 메타-Manus의 핵심 위험이 여기 있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을수록 중국 측 사전 심사가 필수가 된다.
⑤ 거래 구조: 소수 지분 vs 경영권 취득 — CFIUS는 전통적으로 경영권 취득(10% 초과 의결권)에 집중했지만, OISP는 소수 지분 투자도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7,500만 달러 소수 지분 투자였던 Benchmark 건이 조사를 받은 것이 그 증거다. 단, 규제 강도는 지분율·이사회 참여권·기술 접근권에 따라 달라진다.
⑥ 클로징 타이밍 vs 양국 사전 심사 완료 순서 — 메타 사태의 핵심 교훈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 심사도 완료되기 전에 먼저 클로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양국 심사 완료를 선행 조건(condition precedent)으로 거래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⑦ CFIUS 자발적 사전 신고 여부 — 자발 신고는 의무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신고를 하면 CFIUS가 30일 검토 후 클리어런스를 주는 구조다. 클리어런스를 받은 거래는 이후 강제집행 위험이 사실상 사라진다. 신고 비용(준비 시간·법무비)보다 불확실성의 비용이 훨씬 크다면 자발 신고가 낫다.
규제 환경 속 현실적인 거래 전략
모든 리스크를 피하려면 미중 AI 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답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도 많다. 규제 노출을 줄이는 구조적 대안이 있다.
기술 라이선스 계약은 지분 취득 없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CFIUS·OISP 트리거를 대부분 피할 수 있다. 합작법인(JV) 구조는 통제력을 분산시켜 어느 한쪽 규제의 직접 타깃이 되기 어렵게 만든다. 단, JV 구조도 기술 이전이 수반되면 수출통제 심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CFIUS 자발적 사전 신고는 타임라인을 늘리지만 법적 확실성을 준다. 중국 NDRC 사전 검토 요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외국인투자안전심사 메커니즘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후 번복보다 훨씬 낫다. 메타-Manus처럼 양쪽 모두를 건너뛰면 양쪽 모두의 사후 개입 위험이 남는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양국 심사 타임라인의 동기화다. 미국 CFIUS와 중국 NDRC 심사 기간은 각각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두 심사 완료를 선행 조건으로 계약에 넣지 않으면, 한쪽은 클로징됐는데 다른 쪽이 나중에 제동을 거는 구조가 생긴다.
전문가 상담 및 참고 자료
미중 AI 투자·M&A 규제는 행정명령과 시행규칙으로 수시로 바뀐다. COINS Act 시행규칙이 2027년 3월까지 재무부에서 완성되는 과정에서 세부 기준이 추가·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 제시한 체크리스트는 방향을 잡는 데 쓰되, 실제 거래 결정은 미국 국가안보법 또는 대중 투자 규제 전문 로펌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
중국 기술수출통제법 해석은 특히 불확실성이 크다. NDRC 공식 채널 외에도 비공식 행정 지도(guidance)가 실질적 기준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어, 현지 법무 네트워크 없이는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CFIUS 최신 가이던스는 미국 재무부 산하 CFIUS 공식 페이지에서, OISP 관련 기준은 재무부 OISP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행 규칙 업데이트는 Federal Register에 게재되며, 주요 국제 로펌들이 발행하는 규제 alert도 실무적으로 유용하다.
2026년 현재, 미중 AI 거래의 기본 가정은 바뀌었다. 클로징이 마지막이 아니고, 소수 지분도 조사 대상이며, 규제 불이행은 연방법원까지 간다. 이 세 가지 현실을 인식하고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지금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조건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CFIUS 심사가 의무인 거래와 선택적인 거래의 차이는 무엇인가
CFIUS 신고가 의무(mandatory filing)인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 지분 참여가 25% 이상인 경우, 그리고 TID(기술·인프라·데이터) 분야 중 특정 범주의 기업을 외국인이 취득하는 경우다.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발적 신고(voluntary notice)를 선택할 수 있다. 자발 신고 없이 거래를 완료해도 CFIUS가 사후에 직권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점이 함정이다. 정부 납품 이력이 있거나, AI·반도체·바이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의무 여부와 무관하게 자발 신고를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Q. OISP 신고 의무가 생기는 투자 금액 기준이 있나
OISP는 금액 기준이 아니라 거래 유형과 기술 분야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거래 규모와 무관하게, 중국 기업에 대한 통제권 취득, 이사회 참여, 일정 기술 접근권 부여가 포함되면 신고 의무가 생길 수 있다. Benchmark의 7,500만 달러 소수 지분 투자가 조사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어느 수준부터 의무 신고인지는 기업의 활동 유형·피투자기업의 중국 연계 정도를 합쳐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결정 전 법무 검토가 필수다.
Q. 중국 내 사업이 없는 미국 AI 스타트업도 중국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나
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사업 위치가 아니라 기술의 성격과 중국 측 자본·인력 연계다. 미국 법인이어도 개발팀이 중국에 있거나, 중국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았거나, 핵심 기술이 중국 정부 연구기관과 공동 개발됐다면 중국 기술수출통제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Manus AI가 그 케이스였다. 스타트업 단계에서 투자 유치 시 자금 출처와 연구 협력 이력을 정리해 두는 것이, 나중에 M&A를 진행할 때 규제 클린업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